새해 福 많이 나누세요~♡ 내가 왜 이러지 냉장고 문 열고 무슨 생각인지 도로 닫고 도마 위의 칼을 보고 다시 냉장고 열고 당근 두 뿌리 들고 하시는 말 "내가 왜 이러지." 현관문 열고 나가려다 다시 들어와 식탁 위 그릇 보고 현관문 밖에 다시 나가 햇볕에 말린 행주 들고 들어오며 "내가 왜 이러지." 무슨 일이든 두 번 하고 나서 하시는 할머니의 말 "내가 왜 이러지." 한금산 동시집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4.02.09
♤봄바람 손 봄바람 손 봄날 햇살은 할머니 손이다 살살 문지르면 아픈 배도 나았듯이 살며시 쓰다듬는 봄바람 손은 추위 속에 얼었던 꽃씨의 새잎이 피어나게 한다 꽃잎도 피어나게 한다 봄바람 손 할머니 손 한금산 동시집에서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4.02.02
♤참새처럼 참새처럼 참새처럼 저렇게 날아 봤으면 참새처럼 저렇게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봤으면 참새처럼 저렇게 전깃줄에 앉아 갸웃갸웃 살펴 봤으면 일찍 일어나 자고 있는 동생도 깨워 봤으면 저렇게 착한 눈을 가진 그래서 즐거운 참새처럼 되어 봤으면 - 한금산 동시집 -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3.12.04
새 나라의 어린이 새 나라일 때 어린이였던 할아버지는 지금도 어린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다 9시에 자고 3시에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다 나라 걱정만 하시는 새 나라 할아버지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동시 '알 수가 없다'의 한금산 동시집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3.08.25
여든이야 "이뿐이 왔니?" 할머니가 부르는 내 이름은 늘 똑같다 "몇 살이지?" 할머니가 묻는 말도 똑같다 "할머니는?" 하고 내가 물으면 "으응, 이제 여든이야." 대답도 똑같다 작년에도 여든이라 했다 1학년 때도 여든이라고 했다 늘 똑같다 "이제 여든이야." 온가족이 함께 읽는 동시 알 수가 없다 한금산 동시집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3.08.23
♤망초 꽃 망초 꽃 공원 옆 빈터에 한 송이 망초 꽃이 피었더니 너도 나도 경쟁하듯 따라 피었죠 볼품없는 꽃이라라고 눈을 끌지 못했는데 모이고 모여서 온 밭이 하얘지니 저리도 멋지다고 오가는 사람마다 입을 벌렸죠 어깨걸고 모여 모여 한마음 이루니 볼품없고 작은 꽃이 저렇게 멋져요 키까지 꽃 맞추어 바람에도 같이 웃고 하나로 뭉치면 힘이 나나 봐요 운동장에 하나 가득 모인 예쁜 얼굴이에요. 알 수가 없다 한금산 동시집에서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3.08.10
壬寅年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나이테 한금산 동시집 "할머니 나이가 몇이에요?" "여든 한 살." 나이가 아주 많아지면 나이가 더 들어설 자리가 없나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물을 때마다 똑같이 "여든 한 살." 할머니보다 몇배 나이가 많다는 동네 입구 그 큰 느티나무도 속이 비어 나이테를 알 수 없다는데 할머니가 느티나무를 닮아간다.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2.01.23
♤개 짖는 소리 개 짖는 소리 / 한금산 시골 외할머니 집에 갔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농사일을 돕는 날이다 저녁 늦게야 일이 끝났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조용해 졌는데 산 밑 외딴집에서 컹- 컹- 개가 짖었다 앞산에 되 울려 컹- 컹- 산도 따라 울었다 조금 있으니 온 동네 개들이 따라 짖었다 온 동네가 개 짖는 소리다 개들까지도 다 모여농사일 돕는 사람들을 닮아 다 같이 짖었다 따뜻한 마음의 개들이다. '알 수가 없다'의 韓金山시인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