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 고향집

기찻길옆에서 靑旻 2008. 6. 21. 10:56
 
      고향집 抱山 곽대근 칠십 넘은 어머니는 동네 어귀 비탈밭에 가고 고향집은 텅 비어 있네 당장 밑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접시꽃 누구의 얼굴을 바라보는가 서러워라 서러워라 내 돌아갈 때 접시꽃 잎을 따서 눈물 담아 가리
      초여름의 전령사 접시꽃 피는 계절이지요 척박한 땅에서도 더 곱게 피어 아낙들의 사랑을 받았던 꽃 봉숭아 다음으로 장독대옆을 장식했던 꽃으로 기억합니다 마당 한켠 가장 신성한 곳에 어머님의 맵고 모진시집살이 하소연하던 곳 장독대에는 계절마다 꽃들이 피었습니다 홀로 삭여야했고 많은 아이들 시어머님의 잔소리쯤은 이쁜꽃속에 묻어버리는 듯 어머님의 고달픈 삶이 더해갈수록 장독주변은 아름들이 꽃들로 고왔습니다 대 식구들을 대변하듯 아름들이 장독이 늘어선 어머님의 쉼터엔 딸아이의 소꼽놀이 공간으로 이웃집 남자애랑 어우러져 한나절을 놀아도 지루한줄 몰랐던 날이있습니다 왜 그토록 장독대를 다독이셨는지 또 어느날엔 커다란 독뒤에서 남몰래 눈물 훔치시던 이유를 알지못했습니다 하이얀 무명 앞치마가 어머니 눈가를 훔칠때에도 그려러니 했습니다 평생을 가져갈듯 반질반질 닦고 주변을 꽃들로 장식하던 어머님의 마음터는 어머님 당신 한분으로 끝맺음이 되었네요 올해도 우리곁에 접시꽃이 활짝 웃고 있네요 허물어지고 폐허로 변해버린 어머님의 소중한 쉼터는 무너져버린 흙담 만큼이나 서럽습니다 잡초속에 깨어진 장독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어도 누구나하 정리할 사람도 어머님 마음터는 그렇게 세월속에 묻혀져갑니다 올해에도 접시꽃은 그자리에... 타지의 자식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님의 장독대를 그려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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