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 기억의 자리/나희석

기찻길옆에서 靑旻 2012. 9. 16. 06:10

기억의 자리 -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사진. 영상 :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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