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스크랩] 가을입니다

기찻길옆에서 靑旻 2008. 8. 30. 12:34



        가을입니다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이성선 시인의 詩<求道> 새해 첫날에 가졌던 당신의 첫마음, 지금 어디에 있나요? 지금 어떻게 변해 있는지요?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을 줄였나요? 자신에 대하여 할 말을 줄였나요? 언제나 첫날처럼, 신선한 마음으로.. 기름진 마음으로 세상에 선연히 떠서 홀로 걸어가야 합니다. 어느새, 가을입니다. 꽃 떨어진 꽃자리처럼 쓸쓸한 침묵만 늘어가는 가을입니다. 텅 빈 오지 항아리에 와 있는, 쓰다 만 엽서 틀린 맞춤법 속에도 와 있는, 흑백 사진 속 잊혀진 아버지 얼굴 위에도 와 있는, 빨간 함석지붕과 들풀과 늙은 느티나무 아래 와 있는, 가을... 침묵으로 몸을 줄이고 조용히 걸어가야 하는, 가을입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 브람스 / 현악6중주 1번 b장조 2악장, ( 부제, 브람스의 눈물)
출처 : 아름다운 시인의 숲
글쓴이 : 박선희 원글보기
메모 :